비둘기의 모험 개발스토리 4편 - Pigeon's Adven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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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스토리의 중요성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명작 게임들은 하나같이 플레이어 마음속을 파고드는 주옥같은 스토리도 한몫을 차지합니다. 기획자인 친구는 예전부터 글을 써 왔기 때문에 이런 일은 정말 능숙하게 잘 해냅니다.

친구는 저에게 여러가지 스토리를 보여줬었는데 저는 그중에서 제일 게임과 콘셉트가 비슷한 스토리를 선택했습니다.

"흰색 비둘기(루루)는 어느 한 새장에서 우연히 탈출해 전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그 과정에서 여러 동료와 장애물들을 만나면서 성장하며 최종적으로는 원래의 주인 만두 아저씨를 찾아가게 됩니다."

스토리를 보지않고 플레이하는 게이머분들도 계시지만 세계관이 뚜렷하게 잡혀있는 게임은 그에 맞게 여러 가지 새로운 콘텐츠와 다양한 오브젝트를 추가하기가 굉장히 편해지고 플레이어들 하여금 억지로 추가했다는 느낌을 덜 받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죠.

몇몇 게임들은 유명한 소설을 원작으로 각색을 하거나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미 그런 뻔한 스토리에는 많이 익숙해진 상태이죠. 명작 반열에 들려고 한다면 다른 게임에게는 없는 독창적이고 독자적인 스토리가 꼭 필요합니다.


  • 어른, 어린아이


13.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

게임을 만들어 가면서 무언가 번뜩이는 색다른 아이디어가 필요한 시점이었습니다. 지금 게임에 적용된 기능들은 다른 게임에 있던 그저 평범한 기능들을 조금 수정했거나 약간 응용한 것들이 전부였기 때문에 이 게임만의 특별한 아이디어를 적용하고 싶었죠.

이 시기엔 친구와 저는 반복적인 패턴에 상당히 지쳐있던 상황이었습니다. 매일 똑같은 형식적인 회의, 새로운 아이디어는 떠오르지 않고 게임은 플레이할 때마다 버그가 튀어나오니 여러 가지로 지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이 게임에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자칫 이대로 끌고 가다간 최악에 경우 프로젝트가 무산되어 이제까지 해왔던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창작의 고통은 항상 힘듭니다. 이 세상에 출시되는 게임은 전체 개발 중이었던 게임 중에 0.1%도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는 여러 가지 개인 또는 회사 사정으로 인해 중단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저는 인생 첫 작품에 그런 타이틀을 쓰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친구에게는 잠시 머리를 식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한 일주일 정도 휴식을 취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보자고 말이죠. 이제까지 쉴 새 없이 달려왔는데 잠깐 숨좀 돌릴 때인 거 같았습니다.


14. 초심자의 마음으로

친구와 저는 어느 순간부터 회의를 할 때 서로 말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서로의 말투에는 짜증과 귀찮음이 섞여있었죠. 말 그대로 지쳐버린 겁니다. 저는 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습니다. 흔히 슬럼프라고 불리는 것이 저희를 찾아온 것입니다. 훗날 제가 이 순간에 했던 말들이 게임 전체를 흔들어 버릴 줄 몰랐습니다.

"우리... 다시 예전 처음에 가지고 있었던 그 마음, 초심으로 돌아가 보자!"

저는 친구에게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보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리고는 일단 웃음을 줄만한 요소를 잔뜩 만들자고 제시했습니다. 개발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자는 소리였죠. 처음 개발을 시작했을 때의 그 떨림을 다시 느끼고자 했습니다.

친구 녀석은 기획을 할 때 항상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이번엔 제가 직접 기획을 같이 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제가 첫 번째 아이디어를 알려주며 설명을 하자 친구 녀석이 한 바탕 크게 웃기 시작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아이디어가 다시 한번 샘솟기 시작한 거죠."

친구는 제 아이디어를 듣자마자 폭풍처럼 아이디어를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디어의 폭발을 막을 수가 없었던 거죠. (다들 이런 경험은 한 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저와 친구는 새벽이 넘어서까지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지하세계로 보내버리는 두더지, 도끼를 던지는 산신령, 이리저리 활개 치고 다니는 주정뱅이, 비둘기를 납치해가는 UFO, 그리고 바다를 지나갈 때 비둘기를 덮치는 파도 등등 다양한 상황들을 만들었습니다.

이번 일을 토대로 많은 경험을 했습니다. 게임을 개발하기 전에 미리 충분한 아이디어를 확보해놓고 코딩을 통한 실현 가능성을 봐야 한다는 점이죠. 처음에 충분한 아이디어 없이 시작했다가 갈수록 아이디어가 부족해지니 힘들어지기 시작했고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도 코딩능력이 부족해서 구현해내지 못하니 개발기간도 엄청 많이 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언제든 웃음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고 다짐했습니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들 말합니다. 뭐든 재미가 있어야 오랫동안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게임들을 장르 구분 없이 경험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C 게임뿐만이 아니라 닌텐도, 플레이스테이션, XBOX 같은 콘솔 게임들을 말이죠. 그 게임을 이루고 있는 수만 가지 아이디어를 보고 느끼며 생각의 폭을 넓혀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두더지, 산신령, 주정뱅이, UFO, 파도


15. 부작용이 있다면 어떨까?

인생에 있어서 어떤 일을 하든 장점과 단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장점만 있는 것과 단점만 있는 것은 절대로 존재하지 않죠. 게임도 플레이어에게 즐거움과 색다른 경험, 집중력 상향, 협동심을 기를 수 있게 해 주지만 대신 그만큼에 건강과 시간을 갉아먹습니다.

아이템을 어느 정도 추가한 시점에서 저는 이 아이템을 사용했을 때의 즐거움을 줄 방법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저 클릭만 하면 효과가 발동하는 건 타 게임들과 다를 바가 없고 재미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친구와의 회의 도중에 아이템에 부작용을 넣는 건 어떨까?라는 주제가 나왔습니다.

얼마나 멀리 날아갔는지 기록으로 다른 플레이어와 경쟁하는 이 게임에선 손가락 컨트롤과 판단력, 그리고 아이템의 활용이 정말 중요합니다. 그런데 아이템 사용에 부작용이 존재한다면 운에 따라서 기록이 좋아질지도 나빠질지도 모를 일이죠.

딱 보기만 해도 장점보단 단점이 많아 보이는 아이디어였습니다. 하지만 전 이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했습니다. 이유는 딱 하나였습니다.

 


5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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