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메인화면을 구상하다.
게임이 어느 정도 완성되어 가면서 이제 임시로 그림을 그려서 대체했던 것들을 어느 정도 구체화시켜야 할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저는 하나하나 교체가 필요한 그림들을 친구에게 알려주면 그 친구는 일러스트에게 다시 알려주면 방식이었죠. 지금 생각해보니 전달 방식이 썩 좋은 시스템은 아니었던 거 같습니다.
이제까지 많은 게임들을 해본 결과 딱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들만을 추가했습니다. 그 이상은 제가 생각하기에 굳이 필요없는 기능들이었습니다.
친구는 게임의 테스터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틈틈히 플레이하면서 저에게 게임의 버그를 알려주었죠. 개발 기간 동안 버그를 고치는 시간이 개발하는 시간보다 더 많았습니다. 하루 종일 버그를 고치느라 다른 콘텐츠를 추가하기가 힘든 날도 있었죠. 하하
이 시기에 [ 무한의 계단 ]이라는 모바일게임이 있었는데 도트 형식의 게임이었습니다. 친구는 이런 스타일의 게임은 어떻냐고 물어봤는데 저는 싫다고 했습니다. 도트 그래픽은 너무 눈 아프고 촌스럽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도트 그래픽의 장점이라면 PC보다 성능이 낮은 스마트폰에서도 렉이 잘 걸리지 않고 최적화가 무척이나 쉽습니다. 낮은 용량으로 높은 그래픽을 뽑아내지만 상대적으로 렉은 덜 걸리는 게임은 플레이어 사이에서 수작으로 꼽힙니다. 저는 그런 게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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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알에서 태어나는 비둘기
역시 게임에서 또 다른 재미라면 자신이 열심히해서 모은 돈을 알차게 소비하는 순간일 것입니다. 게임 내 상점을 제대로 구상할 시간이 온 것입니다. 하지만 저와 친구는 상점에 좀 특별한 것을 팔고 싶었습니다.
이 시기에 제가 하고 있던 클래시로얄이란 게임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습니다. (솔직히 여기서 거의 50% 가까운 아이디어를 가져왔습니다.) 디자인부터 시작해서 장점이라고 생각한 부분을 가져와 응용해서 게임에 적용시킨 것이죠.
클래시 로열이란 게임에선 승리시 보상으로 받는 상자를 열면 랜덤으로 아이템이 여러 개 나오는 형식이었습니다. 저는 이 방식이 상당히 흥미롭다고 생각했습니다. 상자는 여러 종류가 있고 각각 상자마다 나오는 아이템과 개수가 다르며 가끔 희귀 아이템을 얻게 되면 기분이 좋아지는 마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상자대신 비둘기 게임에 어울리는 알로 바꿨습니다. 알을 사서 까면 여러 가지 아이템과 비둘기에 입힐 수 있는 스킨을 제공했습니다. 신기하게도 그 게임에 있던 기능들을 누구에 도움 없이 스스로 구현해버리는 제 자신에 살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10. 날씨의 변화를 주다.
어느 날 친구가 저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알려주었습니다. 바로 도심에 날씨를 적용하는 것이었죠. 비가 내리는 상황이나 먹구름이 낀 어두운 상황에서 비둘기의 행동에 변화를 주는 것이었죠.
어두운 상황에선 검은색 비둘기(구구)가 힘을 얻게되 주변 흰색 비둘기를 무차별적으로 먹어서 체력을 회복하는 콘셉트를 추가했습니다. 각각 비둘기의 특징을 추가해 게임마다 새로운 전략을 세우게 만들었죠.
비가 오는 상황에선 플레이어의 시야가 흐려지고 주변 환경소리가 잘 안 들리기 때문에 적들이 날아오는 공격을 피하기 쉽지 않게 돼 난이도 상승효과를 줍니다. 어떤 게임이든 자주 플레이하면 익숙해 지기 때문에 난이도 상승 요소는 필수적이죠.
또한 가끔씩 비둘기의 천적인 독수리가 진행 반대 방향에서 빠르게 돌진하는데 만약 부딫히게 된다면 비둘기에게 큰 타격을 주게 됩니다. 그로 인해 플레이어는 독수리가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것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게 됩니다.
그래서 게임 로딩중 나오는 팁 중에는 "완전히 피하는 것보단 덜 맞는 게 낫습니다."라는 문구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비둘기를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이 황금색 비둘기의 이름은 [ 도라 ] 전설속에 비둘기로 우연히 보게 되면 행운과 평화가 찾아온다는 콘셉트를 가졌습니다. 각 비둘기마다 스토리를 조금씩 추가하기 시작한 거죠.
이렇게 하나하나 콘셉트를 잡기 시작하면서 게임의 분명한 방향을 정하고 목적을 분명히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만큼 게임은 좀 더 복잡해지기 시작했습니다.
- 비둘기, 독수리, 부엉이 알
- 수리수리 (독수리), 도라 (황금 비둘기)
11. 회사의 이름과 로고
친구는 게임에 법적 문제를 피하기 위해 이용약관과 회사의 이름과 로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런 내용들은 상대적으로 생소한 편이었죠. 하지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작권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는 시대였고 그만큼 분쟁도 많아지는 시기였으니까요.
친구와 회의를 하면서 회사 이름과 로고는 어떻게 할지 고민을 했습니다. 여러 고민을 끝에 버닝 다이아몬드(Burning DIAMOND)라고 회사 이름을 짓고 로고는 다이아에다가 불타는 효과를 넣어서 만들었습니다. "불타는 다이아?"라는 뜻인데 한글 보단 영어로 지으면 멋이 나기 때문에 그렇게 정했습니다.
"버닝 다이아몬드 어때?"
그 당시에는 굉장히 대단한 이름이었던 거 같은데 지금 돌이켜보면 왜 그렇게 지었는지 생각이 도통 나지를 않습니다. 그래도 게임이 시작하는 첫 화면에 나오는 회사 로고가 들어가니 뭔가 기분이 좋았습니다.
4편에서 계속됩니다.